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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과학 12편 – 기술 발전은 인간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가, 더 종속시키는가? 1. 인간은 왜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는가? 불은 인간에게 단순한 생존 도구가 아니라 ‘통제의 상징’이었다.도구를 다루기 시작한 순간, 인간은 자연의 일부에서 벗어나‘자신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존재’로 변했다.이후 바퀴, 인쇄술, 전기, 인터넷… 기술은 늘 인간의 자유를 확장시켜 왔다.더 멀리 이동하고,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연결되게 만들었다. 기술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불을 통해 인간은 자연의 질서를 바꿔보았고, 도구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물질로 옮겼다.즉, 기술의 본질은 ‘통제’가 아니라 ‘표현’이었다.기술은 인간이 자연을 모방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술의 발전이 극단에 다다른 지.. 2025. 11. 8.
생각의 과학 11편 - 의식은 뇌의 산물일까, 우주의 본질일까? 1. ‘생각한다’는 것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르네 데카르트의 명제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생각하는 나’는 뇌 안에만 존재할까요?현대 신경과학은 의식을 뉴런의 전기 신호와 화학 작용의 결과로 봅니다.감각 입력이 들어오면 시냅스가 반응하고, 전기적 패턴이 생성되어‘의식적인 경험’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러나 여기에 근본적인 의문이 남습니다.수많은 전기 신호가 복잡하게 얽힌다고 해서,어떻게 ‘나는 존재한다’는 주관적 자각(Qualia)이 생기는 걸까요?단순한 정보처리가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과학이 아직 완전히 풀지 못한‘의식의 경이로운 수수께끼(The Hard Problem of Consciousness)’입니다.인간의 뇌를.. 2025. 11. 8.
생각의 과학 10편 - 미래를 예측하는가, 과거를 반복하는가? 1. 인간의 시간 감각 - 현재는 정말 존재할까? 우리는 “지금”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과연 ‘지금’은 실제로 존재할까?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의식은 항상 약 0.2초 늦은 세계를 산다.빛과 소리가 감각기관을 거쳐 뇌에 도달하기까지, 그리고 인식으로 전환되기까지는미세한 지연이 존재한다.즉, 우리가‘현재’라고 부르는 순간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잔상이다.그럼에도 우리는 이 느린 감각 속에서 놀랍게도 미래를 예측하며 행동한다.손에 컵을 잡을 때, 공을 던질 때, 우리는 순간마다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고 조정한다.이것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예측된 세계에 대한 반응이다. 결국 인간의 시간 감각은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예측 모델이다.우리가 경험하는 ‘현재’란 뇌가 만들어낸 가장 최신.. 2025. 11. 7.
생각의 과학 9편 – 인간의 직관은 논리보다 정확할 수 있을까? “직관은 무의식 속에서 완성된 논리다.” - 카를 융(Carl Jung) 1. 우리는 왜 ‘느낌’을 믿을 때가 있을까? 살다 보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선택을 할 때가 있습니다.분명 데이터상으로는 A가 옳지만, 마음속에서는 B가 더 끌리는 경우 말입니다.놀랍게도, 그런 ‘감(感)’이 나중에 옳았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왠지 이게 맞을 것 같다”는 직감을 믿습니다.처음 만난 사람의 인상, 새로운 일의 성공 여부,심지어 복잡한 문제의 정답조차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때가 있습니다.이러한 순간은 감정적 충동의 결과일까요, 아니면뇌가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 내린 ‘즉각적 결론’일까요? 직관은 흔히 비합리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으로 오해받지만,최근 인지과학은 오히려 직관이 고도로 정교한.. 2025. 11. 7.
생각의 과학 8편 – 감정은 단순한 화학 반응일까, 의식의 신호일까?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하지만 어쩌면, “나는 느끼기 때문에 존재한다.”가 더 정확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1.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지고,작은 실패에 깊은 슬픔이 밀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감정은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본질적인 현상입니다.그러나 과학은 오랫동안 감정을 신경화학적 반응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기쁨은 도파민의 분비, 슬픔은 세로토닌의 결핍,사랑은 옥시토신의 작용으로 설명됩니다.즉, 감정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화학반응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따뜻함’이나 ‘상실의 아픔’이단지 전기 신호 몇 개의 결과일 뿐이라면,예술.. 2025. 11. 7.
생각의 과학 7편 - 우연은 존재할까, 모든 것은 필연일까? “우연은 신이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세상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 알베르 카뮈 1. 우리의 삶은 정말 ‘우연’의 연속일까? 살다 보면 “운이 좋았다”, “어쩌다 그렇게 됐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마치 인생이 수많은 우연으로 엮인 듯 느껴지죠.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많은 사건이사실은 보이지 않는 인과의 실타래 끝에서 일어난 필연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사람.그 만남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수많은 선택과 상황이 교차한 끝에서필연적으로 도달한 지점일까요?지하철을 타는 시간, 걷는 속도, 선택한 방향…모든 미세한 요소가 달라졌다면 그 만남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인생의 ‘우연’은 종종 필연의 얼굴을 한 채 다가옵니다... 2025.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