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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과학/B. 시간과 존재(time-existence)

생각의 과학 71편 - 왜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삶을 계속 상상할까?

by assetupproject 2025. 12. 13.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했다는 사실보다,
우리를 더 오래 붙잡는 것은 종종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지나간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반복해서 이런 질문을 떠올린다.

“그때 다른 길을 갔더라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의 ‘후회’도 아니다.

이 현상의 정체는
‘미선택 가능성(Unlived Possibility)’이 현재를 침범해 들어오는 과정이다.

 

선택이 시작되는 지점

 

1. 뇌는 선택을 끝내는 기관이 아니다.

우리는 선택을 하면
하나의 길만 남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의 작동 방식은 다르다.

 

뇌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
선택된 경로와 함께
선택되지 않은 경로들까지 동시에 저장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선택은 끝이 아니라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선택하지 않은 가능성은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한
참고 자료로 남는다.

 

, 미선택 경로를 떠올리는 행위 자체는
미련이 아니라
뇌의 정상적인 학습 과정이다.

 

2. 미선택 가능성은 언제 커지는가?

이 가능성들은 평소엔 조용하다.
문제는 특정 조건에서 갑자기 증폭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현재의 삶이 불안정할 때.
둘째, 노력에 비해 보상이 늦어질 때.
셋째,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때.

 

이 시점에서 뇌는
현재를 안정시키는 대신,
과거의 선택을 재검토하기 시작한다.

 

혹시 내가 처음부터 잘못 고른 건 아닐까?”

 

이 질문은 해결을 위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안을 견디기 위한
임시적인 방어 장치에 가깝다.

 

3. 이것은 비교가 아니라 ‘통제 회복 시도’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흔히
비교심리로 설명한다.

 

하지만 핵심은 비교가 아니다.

 

통제감이다.

 

현재의 삶이 통제 불가능하게 느껴질수록,
뇌는 과거의 선택으로 되돌아가
통제감을 회복하려 한다.

 

이미 지나간 선택은 안전하다.
실패가 더 이상 추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는 상상 속에서라도
“다시 선택하는 나”를 만들어낸다.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삶

 

4. 선택하지 않은 삶이 더 좋아 보이는 이유

미선택 삶에는
하나의 결정적인 특징이 있다.

 

현실의 마찰이 제거되어 있다.

 

현재의 삶에는
지침, 타협, 반복, 후회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반면 상상 속의 삶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

 

그래서 뇌는 착각한다.

 

저 길을 갔으면,
적어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이는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
정보가 비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낙관일 뿐이다.


문제는 선택하지 않은 가능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현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때다.

 

5. 미선택 가능성이 현재를 잠식할 때

 이 상상이 길어질수록
문제가 생긴다.

 

사람은 현재의 선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과거의 가상 시나리오에
조금씩 써버리기 시작한다.

 

그 결과, 이런 감각이 남는다.

 

나는 늘
잘못된 선택만 해온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선택의 실패가 아니다.

 

선택을 끝내지 못한 상태다.

 

선택을 닫는 순간

 

결 론 - 선택을 괴롭히는 것은 과거의 결정이 아니라,
끝내 닫히지 않은 가능성이다.

선택하지 않은 삶을 떠올리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가능성이
현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때다.

 

선택은 과거에 한 번 이루어졌지만,
선택을 닫는 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나간 가능성을 내려놓을수록,
현재의 삶은
다시 하나의 길로 정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