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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과학/B. 시간과 존재(time-existence)

생각의 과학 10편 - 미래를 예측하는가, 과거를 반복하는가?

by assetupproject 2025. 11. 7.

인간의 시간 감각

 

1. 인간의 시간 감각 - 현재는 정말 존재할까?

 

우리는 “지금”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과연지금은 실제로 존재할까?
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의식은 항상 0.2초 늦은 세계를 산다.
빛과 소리가 감각기관을 거쳐 뇌에 도달하기까지, 그리고 인식으로 전환되기까지는
미세한 지연이 존재한다.


, 우리가‘현재’라고 부르는 순간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잔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느린 감각 속에서 놀랍게도 미래를 예측하며 행동한다.

손에 컵을 잡을 때, 공을 던질 때, 우리는 순간마다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고 조정한다.
이것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예측된 세계에 대한 반응이다.

 

결국 인간의 시간 감각은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예측 모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현재란 뇌가 만들어낸 가장 최신의 추정 값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거를 인식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미래를 계산하는 존재일까?

 

2. 과학이 말하는 뇌의 예측 메커니즘 - “Predictive Brain”

 

신경과학자 칼 프리스턴(Karl Friston)
뇌가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오차를 최소화하는

예측 부호화(Predictive Coding)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단순히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능동적으로 예측하고 수정하는 시뮬레이션 엔진이다.

우리가본다고 느낄 때, 실제로 뇌는 눈에 들어온 데이터를 즉각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무엇을 볼 것인지를 먼저 예측한 뒤,
실제 감각 입력과 비교해 오류를 보정한다.

 

,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않고,
뇌가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현실을 경험한다.

이 예측이 정확하게 맞을 때 우리는안정감을 느끼고,
예상과 다를 때는 불안, 공포, 놀라움 같은 감정을 느낀다.

 

결국 감정은 예측 오차의 신호이며, 뇌가 세상과의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이 메커니즘은 생존에 매우 효율적이다.
예측이 빠를수록 위험을 피하고, 새로운 상황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단순히 정보를 해석하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며 살아가는 예측적 존재(Predictive Mind)’이다.

 

3. 철학이 본 시간 - 우리는 과거의 기억 속에 갇혀 있는가?

 

시간은 단순한 물리적 흐름이 아니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시간은 시계가 재는 선형적 단위가 아니라,
의식이 경험하는 지속(La Duree)이라고 말했다.

 

, 인간의현재 의식은 과거의 경험이 응축되어 흘러가는 흐름 그 자체다.

우리가 지금 결정을 내릴 때조차, 그 판단의 재료는 모두 과거의 기억에서 온다.
기억은 뇌의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라, 현재를 구성하는 능동적 재창조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현재는 언제나 과거의 알고리즘이 다시 실행되는 순간이다.

 

니체는모든 것은 영원히 반복된다”라고 말하며영원회귀를 주장했다.
현대 인지과학적으로 보자면, 인간의 뇌가 과거의 패턴을 반복 학습하며
새로운 상황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과거의 반복자이면서 동시에새로운 예측 자이다.
우리의 의식은 과거의 패턴을 참고해 미래를 설계하지만,
그 패턴을 바꾸지 않는 한 미래는 과거의 복제일 뿐이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 속에 갇혀 있는가?

 

4. 심리학이 본 예측의 언어 - 감정이라는 시뮬레이션

 

심리학은 감정을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예측의 결과물로 본다.
기대(Expectation)’란 곧 뇌가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이다.
긍정적 기대는좋은 결과가 일어날 것이다라는 예측 신호,
불안은나쁜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는 대비 시뮬레이션이다.

이때 감정은 단순히 내면의 반응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예측의 언어.

 

예를 들어, 두려움은 뇌가위험을 회피해야 한다는 경고 모델을 실행하는 과정이고,
희망은도전이 유리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결과다.

 

, 감정은 뇌의 예측 시스템이 상황을 평가하고
신체와 행동을 조율하기 위해 만들어낸 내적 시나리오.

 

이러한 감정적 예측은 때때로 논리를 뛰어넘는 직관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인간은 논리보다 감정으로 더 정확한 선택을 할 때가 있다 -
그 이유는 감정이 오랜 진화 속에서 다듬어진 예측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5.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건 - 의식의 개입

 

뇌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따라서 아무런 개입 없이 살아가면, 우리는 결국 과거를 반복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는 마치 자동항법장치가 과거의 좌표를 따라 같은 길을 도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단 하나의 차별점이 있다.

바로 의식(Consciousness)이다.

의식은 예측 모델을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새로운 경험, 학습, 사유, 예술적 영감 등은 모두
뇌가 기존의 패턴을 깨고 새로운 예측 방식을 설계하도록 돕는다.

 

이때 의식은 과거를 단순히 되풀이하지 않고,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

 

, 인간은 반복의 생명체이면서 동시에 혁신의 존재다.
우리가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예측의 루프 속에의식적인 오류를 심어야 한다.
새로운 선택, 낯선 경험, 사유의 전환은 그 오류를 만들어
뇌의 예측 시스템을 다시 학습시킨다.
그것이 곧 성장이며, 진화다.

인간은 과거를 반복하며, 동시에 미래를 창조한다.

 

결 론 - 인간은 과거를 반복하며, 동시에 미래를 창조한다.

 

인간은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도, 완전히 결정된 존재도 아니다.
과거의 기억은 우리의 행동을 예측 가능한 범위로 제한하지만,
의식은 그 예측 모델을 스스로 수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예측하는 과거의 존재이자,
미래를 발명하는 현재의 의식이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추정하고,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과거의 의미를 다시 쓴다.

시간은 우리 바깥에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내면의 리듬이다.

 

결국미래를 예측하는가, 과거를 반복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하나다.
우리는 예측된 과거 위에서, 의식으로 미래를 창조한다.

 

# 다음 편 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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