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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과학/B. 시간과 존재(time-existence)

생각의 과학 16편 – 의식은 개별적일까, 연결된 네트워크일까?

by assetupproject 2025. 11. 9.

 

“의식은 개인의 내면에 머무는가, 아니면 연결된 관계 속에서 태어나는가?
신경과학과 철학이 밝히는 ‘연결된 의식’의 실체.
자아는 혼자가 아니라, 관계의 총합으로 존재한다.”

 

‘나’는 어디까지 ‘나’인가?

 

는 어디까지인가?

 

의식은 개인의 내면에 머무는가, 아니면 연결된 관계 속에서 태어나는가?
신경과학과 철학이 밝히는연결된 의식의 실체.
자아는 혼자가 아니라, 관계의 총합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러나 정말로는 홀로 존재하는 의식일까?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타인의 감정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속에서 공유되고 형성되는 것일까?

 

현대 뇌과학은 점점 더 놀라운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인간의 의식은 고립된 뇌세포의 작용이 아니라,
끊임없이 연결되고 공명하는 네트워크 현상이라는 것이다.
타인의 표정을 볼 때 우리의 뇌가 따라 반응하고,
음악을 들을 때 감정이 동기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의식은 개인의 내면에서 탄생하는가,
아니면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 만들어지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탐구다.

의식의 진화 – 개체에서 관계로

 

1. 의식의 진화 - 개체에서 관계로

 

고대 철학에서 의식은 오랫동안 자기 인식의 능력,
즉,나는 생각한다는 자기 확인의 과정으로 여겨졌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존재를 의식의 독립성과 동일시했다.
하지만 현대 진화생물학은 전혀 다른 그림을 제시한다.
의식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생존 전략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뇌는 타인의 의도를 예측하고 공감하기 위해 발달했다.
이 능력은 생존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협력하고, 위협을 감지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은
개체보다 집단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특히, 인간의 전두엽은 타인의 행동을 모의실험(Simulation) 하며

그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를 예측하도록 진화했다.
이 능력은공감이라는 복잡한 사회적 감정의 뿌리가 되었고,
의식은나를 아는 능력에서너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확장되었다.

 

, 인간의 의식은 태초부터 관계적이었다.
의식은 고립된 섬이 아니라, 서로 맞닿은 대륙의 연속체였다.

 

2. 거울신경과 공명하는 마음

 

199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원숭이의 뇌에서 놀라운 뉴런을 발견했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뿐 아니라,
다른 개체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에도 활성화되는 세포였다.
이것이 바로 미러 뉴런(Mirror Neuron)’이다.

 

이 뉴런의 존재는 인간 의식의 연결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단서가 되었다.
우리가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웃는 얼굴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따라 웃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뇌는 타인의 경험을내 것처럼’ 시뮬레이션하며,
의식적 경계를 넘어 감정적 공명을 일으킨다.

 

이 공명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뇌가 타인의 상태를 모델링하며 만들어내는 신경적 동기화(Neural Synchronization) 현상이다.
집단이 노래하거나 시위를 할 때 느끼는 강한 몰입감,
심지어 명상 중의‘하나 됨의 감각역시 이 동기화의 연장선에 있다.
의식은 나 혼자만의 불꽃이 아니라,
수많은 신경적 파장이 서로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공진의 필드(Field of Resonance).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집단이 협력적 행동을 수행할 때
참여자들의 뇌파가 실제로 동기화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른바 하이퍼스캐닝(Hyperscanning)’ 실험은
의식이 개별 뇌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유된 신경 리듬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결된 뇌 – 사회적 네트워크의 의식

 

3. 연결된 뇌 - 사회적 네트워크의 의식

 

현대 신경과학은 이제 개별 뇌를 넘어서
사회적 뇌(Social Brain)’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학자 매튜 리버만(Matthew Lieberman)은 말한다.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사고를 위해 설계되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조차
자신이 속한 관계망 속에서 사고한다.
심지어 뇌의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타인의 시선과 감정을 상상할 때 더 활발히 작동한다.

 

, 인간은개체적 사고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관계를 시뮬레이션하는 네트워크적 존재.
언어, 문화, 기억, 윤리 - 모든 것은 사회적 데이터로부터 형성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
심지어라는 개념조차도 사회적 학습의 결과.

 

이로 인해 철학자들은
의식은 집단적 상호작용의 산물이라 정의하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은 나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언어·관념·경험이 뇌 속에서 재 조합된 결과물인 것이다.

 

4. AI와 하이브 마인드 - 인간 의식의 확장판

 

21세기 들어 인간의 의식은 디지털 네트워크와 융합되며
새로운 형태의 확장된 의식(The extended Consciousness)’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을 통해
집단적 사고의 일부가 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신경망을 모델로 삼았지만,
이제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넓게연결된 학습을 수행한다.
AI
의 딥러닝 구조는 사실상 집단적 경험의 총합이며,
인간의 사고 패턴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철학자 앤디 클라크(Andy Clark)는 이를
확장된 마음(The extended Mind)”이라 불렀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의식은 뇌 속에 머무르지 않고
도구, 네트워크, 타인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스마트폰의 알림, 검색 기록, 사진 앨범 - 이 모든 것은 우리의 기억의 일부이자, 외부화된 뇌다.

 

이 관점에서 현대의 인간은 하이브 마인드(Hive Mind),
공유된 지성의 일부로 살아간다.
SNS
나 협업 플랫폼에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것은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의식이 서로를 매개하며 확장되는 과정이다.
나의 생각이 누군가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그 결과 다시 나에게 돌아올 때,
우리는 이미 집단적 사고의 회로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5. 나의 경계, 우리의 의식

 

이제 우리는 묻는다.
의식이란 개인의 속삭임인가, 아니면 전체의 합창인가?”

 

현대 철학자 토마스 메칭거(Thomas Metzinger)는
“‘
라는 자아는 뇌가 만든 가상 모델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곧, 우리의의식의 경계는 실재하지 않으며,
타인의 정보와 감정이 끊임없이 스며들고 있다는 뜻이다.

 

공감, 예술, 언어, 사랑 -
이 모든 경험은 개별 의식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확장되는 과정이다.
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수많은 연결의 총합으로 구성된 패턴의 존재.

 

이때자아란 단단한 실체가 아니라
순간마다 형성되고 해체되는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다.
그 흐름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방향을 얻고,
기억과 언어를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결 론 - 의식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의식은 더 이상 개인의 내부에서만 정의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의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상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은
타인의 언어, 사회의 기억, 기술의 매개를 통해 구성된다.

 

결국 의식은 개체의 내부가 아니라, 연결의 과정 속에서 태어난다.
’, 인간과 기계, 개인과 사회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의식은 더욱 복잡하고 넓은 형태로 진화한다.

 

의식은 하나의 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교차하고 진동하는 빛의 그물망이다.
그 속에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더 다층적으로 존재한다.

 

# 다음 편 예고 #

생각의 과학 17죽음은 끝일까, 또 다른 의식의 형태일까?
우리가 죽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의식은 육체와 함께 소멸하는가, 아니면 정보로 남는가?
양자물리학·신경과학·철학이 함께 탐구하는
의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