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기분이 이유 없이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몸이 무거운 것도 아닌데,
생각이 흐릿해진 것 같고
모든 판단이 신뢰되지 않는 날이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지금 내 상태가 별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현재 상황에 대한 사실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느낌은 언제나
사실보다 먼저 도착한다.
그리고 그 순서를 착각할 때,
우리는 판단을 가장 자주 틀린다.
1. 뇌는 먼저 느끼고, 나중에 설명한다.
우리는 보통
생각 → 판단 → 감정
의 순서로 반응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감각적 신호가 먼저 올라오고,
뇌는 그 뒤에 이유를 붙인다.
컨디션, 수면, 자극의 양,
최근에 쌓인 피로 같은 요소들이
하나의 ‘느낌’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 느낌을
상황 전체에 대한 평가로 확장한다.
2. 느낌이 나쁘면, 판단도 나빠졌다고 착각한다.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결정을 내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중이 잘 안 되는 날에는
능력 자체가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판단 능력이 사라진 게 아니라,
판단에 대한 신뢰감이 낮아진 상태다.
느낌은 나쁘지만
사실 판단 구조는 그대로인 경우도 많다.
우리는 그 차이를
자주 구분하지 못한다.

3. 가장 흔한 오류는 ‘지금 이 느낌 = 지금의 현실’이다.
느낌은 항상 현재 시점에 붙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느끼는 감각을
지금의 상황 전체로 일반화한다.
“요즘 나는 이렇다”
“지금 내 상태는 이 정도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건 장기적인 상태가 아니라
일시적인 인식 왜곡에 가깝다.
느낌은 변화 속도가 빠르고,
현실은 그보다 훨씬 느리게 변한다.
4. 느낌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느낌을 없애거나 억누르라는 게 아니다.
느낌은 중요한 정보다.
다만 그 정보가
항상 정확한 해석은 아니라는 점이다.
느낌은
“지금 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는 있지만,
“모든 판단이 틀렸다”는 증거는 아니다.
5. 필요한 건 느낌과 사실을 분리하는 연습이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질문은 단순하다.
- 지금 이건 느낌인가, 사실인가
- 이 감각이 없었다면, 판단은 달라졌을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느낌을 존중하되,
그걸 곧바로 결론으로 삼지 않는 것.
그게 인식을 지키는 방식이다.

결 론 - 느낌은 진짜지만, 항상 정확하진 않다.
느낌은 거짓이 아니다.
다만 언제나 전체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가장 자주 틀리는 순간은
느낌을 사실로 착각할 때다.
느낌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을 때
판단은 다시 안정된다.
지금 느끼는 감각이
곧 지금의 전부는 아니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생각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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