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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과학/C. 감정과 도덕(emotion-morality)

생각의 과학 87편 - 아무 일도 없는데 지치는 이유는, 쉬지 않아서가 아니다

by assetupproject 2026. 1. 17.

 

아무 일도 없었다.
큰 스트레스도 없었고,
특별히 신경 쓸 사건도 없었다.

 

잠도 어느 정도 잤고,
일도 평소와 비슷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몸이 무겁고,
마음이 쉽게 지친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사람들은 이럴 때
수면 부족, 체력 문제, 나이, 컨디션을 먼저 의심한다.

 

하지만 이 피로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아무 문제는 없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

1. 이 피로는 ‘소모’가 아니라 ‘정체’에서 온다.

보통 피로는
무언가를 많이 했을 때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에너지가 회복되지 않는다.

 

이건 에너지를 써서 생긴 피로가 아니라,
에너지가 흐르지 못해서 생긴 피로다.

 

움직이지 못한 에너지는
회복되지 않는다.
안에서 막힌다.

2. 뇌는 ‘아무 일 없음’을 휴식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뇌가 쉬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 위협이 줄었는가
  • 반응이 끝났는가
  • 에너지를 내려놓아도 되는가

문제는
아무 일도 없는 상태가
이 조건을 자동으로 충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야 할 일은 없지만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다음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래서 뇌는
이 상태를 휴식이 아닌 대기 상태로 인식한다.

3. 대기 상태는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다.

대기 중일 때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곧 뭐가 생길 것 같아.”
“지금 쉬어도 되는지 모르겠어.”
“이러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이때 뇌는
완전히 긴장하지도,
완전히 이완하지도 못한다.

 

이 중간 상태가
가장 에너지를 오래 소모한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데
계속 피곤하다.

아무 문제는 없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태

4. 쉬고 있는데 회복되지 않는 이유

이 피로의 핵심은
‘쉼의 부족’이 아니다.

종결의 부재다.

  • 끝났다는 감각
  • 지금은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
  • 에너지를 내려놓아도 된다는 허가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아무리 쉬어도
몸은 회복 모드로 들어가지 않는다.

5. 이 상태에서 더 쉬려고만 하면 더 지친다.

많은 사람들이
이 피로를 느끼면 더 멈추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도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이 피로는
움직임이 없어서 생긴 게 아니다.

 

에너지가 쓸 방향을 잃어서 생긴 상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완전한 휴식보다
아주 작은 ‘의도 있는 사용’이 필요하다.

답이 없는 상태 = 실패가 아니라 선택의 구간

결 론 - 이 피로는 고장이 아니라 신호다.

아무 일도 없는데 지칠 때,
당신이 망가진 게 아니다.

 

당신의 뇌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피로는
더 쉬라는 신호가 아니라,
흐름을 다시 만들라는 신호다.

크게 무언가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흘려보낼 방향이 필요하다.

 

아무 일도 없는데 지칠 때,
그건 당신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