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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과학/B. 시간과 존재(time-existence)

생각의 과학 47편 - 선택의 무게: 인간의 자유의지는 착각인가, 현실인가?

by assetupproject 2025. 11. 20.

인간의 자유의지는 착각일까, 현실일까?
뇌과학·철학·심리학의 관점을 통해 선택의 본질과 ‘나’라는 존재의 경계를 다시 묻는다.

 

“나는 선택한다. 그러나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일까?”

“나는 선택한다. 그러나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일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선택한다.
아침 메뉴에서부터 삶의 방향까지,
선택이라는 단어는 너무 익숙해서
마치 우리가 늘 ‘주도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의문이 스친다.

 

“이 선택… 정말 내가 한 걸까?”

 

뇌과학은 담담하게 말한다.
“당신이 선택을 인식하기 전에 이미 뇌는 결정을 시작한다.”

 

철학은 오래전부터 속삭여왔다.
“자유의지는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그 감각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심리학은 더 현실적으로 말한다.
“우리가 의식한다고 믿는 선택의 대부분은
기억, 습관, 감정에 의해 이미 정해진 흐름이다.”

 

우리는 지금,
‘나의 선택’이라고 믿어온 모든 감각을 다시 들여다보는 문 앞에 서 있다.

자유의지 논쟁의 시작

 

1. 자유의지 논쟁의 시작 – 리벳 실험이 흔들어버린 믿음

 

1980년대, 신경과학자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은
자유의지의 지반을 뿌리째 흔드는 실험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지금 움직이겠다’라고 인식하기 0.2초 전에,
뇌는 이미 준비전위(Readiness Potential)를 발생시키며
행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즉,

“선택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
당신의 뇌는 이미 선택을 절반쯤 끝내고 있었다.”

 

이 결과는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모든 학자가 이 실험을
“자유의지의 사형선고”로 보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말한다.
“준비전위는 단순 탐색일 뿐이다.
실제 선택의 신호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선택은 훨씬 더 ‘무의식의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2. 감정이 먼저 움직인다 – 사고보다 빠른 정서의 우선권

 

우리는 흔히 “이성적으로 결정한다”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서신경과학은 더 솔직한 답을 내놓는다.

 

선택은 늘 감정이 먼저다.

 

뇌는 두 개의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 빠른 정서 시스템(시스템 1)

 

• 즉각적
• 무의식적
• 생존 중심
• 감정 반응이 먼저 폭발

 

◼ 느린 이성 시스템(시스템 2)

 

• 느리고 계산적
• 논리적
• 천천히 이유를 설명

 

예를 들어,
누군가를 보자마자 이유 없이 “불편하다”라고 느낄 때,
감정은 이미 판단을 내려놓은 상태다.
그리고 우리는 나중에 “그 사람 말투가 좀…”

같은 ‘이유’를 만들어 덧붙인다.

 

즉, 감정이 선택을 만들고, 이성은 그 선택을 정교하게 포장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묻게 된다.

 

“그렇다면… 그 선택은 과연 ‘내 것’인가?”

 

3. 습관이 선택을 대신한다 – 자유의지를 잠식하는 패턴들

 

우리가 반복하며 살아가는 행동 중 40~60%는 습관이다.

 

습관은 뇌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선택의 권한을 ‘자동 프로그램’에게 넘긴 결과다.

 

습관은 아주 단순한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반복 → 자동 반응 → 강화 → 무의식화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는
우리는 거의 무조건 습관의 길을 택한다.

 

•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 음식을 찾는 행동
• 불안하면 자동으로 스마트폰을 켜는 행동
• 화가 나면 방어적인 말투가 튀어나오는 행동

 

이것들은 선택이 아니라
뇌가 미리 깔아놓은 패턴의 재생이다.

 

즉, 습관은
우리의 선택 공간을 조용히 좁히며
자유의지를 침식하는 거대한 흐름
이다.

선택의 무게: 인간의 자유의지는 착각인가, 현실인가?

 

4. 결정은 ‘나’인가, 뇌인가? – 자아 해석자의 등장

 

신경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는
이렇게 말한다.

 

“자아는 뇌가 만들어낸 이야기꾼이다.”

 

뇌는 이미 끝난 선택에 대해
뒤늦게 이유를 만들어내며
“이건 내가 선택한 거야”라고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기능을 해석자(Interpreter)라고 부른다.

 

우리는 늘 선택의 주도자라고 믿지만,
사실은 결과를 해석하고 의미를 덧칠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해석 과정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며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5. 그렇다면 책임도 사라지는가? – 자유의지를 잃어도 윤리는 남는다.

 

만약 자유의지가 완전한 착각이라면
책임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현대 법철학은 말한다.

 

“책임은 자유의지의 유무가 아니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에 기반한다.”

 

즉,
완벽한 자유의지가 없어도
우리는 행동을 수정하고 멈추고 선택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자유’를 가진다.

 

책임은
절대적 자율성이 아니라 조절 가능성에서 나온다.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지 않지만, 완전히 결정된 존재도 아니다.

 

결 론 -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지 않지만, 완전히 결정된 존재도 아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전능한 힘이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환상도 아니다.

 

우리는
감정의 흐름 속에서 선택하고,
습관의 길 위에서 걷고,
환경의 영향 속에서 방향을 바꾸며 살아간다.

 

자유의지는
넓은 바다에서 방향을 조금씩 틀 수 있는
‘조정의 힘’에 가깝다.

 

완전 자유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이 ‘조금의 힘’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 다음 편 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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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본능, 불확실성 공포, AI 예측 시스템을 중심으로
‘인간은 왜 미래를 읽으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