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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과학/A. 자아와 의식(self-consciousness)

생각의 과학 33편 - 기억은 복제될 수 있는가, 아니면 유일한 흔적인가? (A) : 자아와 의식의 확장 - 3

by assetupproject 2025. 11. 13.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의식’은 더 이상 깨어 있음에만 머물지 않는다.

 

꿈, 환각, 그리고 인공지능의 내면 속에서

의식은 자신을 다시 실험하고, 새롭게 구성한다.

 

“우리가 현실을 벗어나는 순간, 

어쩌면 의식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깨어난다.”

자아 해체’의 상징

 

1. 자아는 더 이상 단단하지 않다.

 

20세기 철학과 21세기 신경과학은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

 

자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동기화되는 흐름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이 이성을 지배한다고 말했고,
라캉은 자아를 언어의 그림자로 보았다.
신경과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아가 뇌의 특정 부위가 아닌
분산된 네트워크의 조율로 형성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그 해체를 가속한다.
SNS
의 페르소나, 가상공간의 아바타,
AI
와 결합한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로그인하며 다른로 존재한다.
하나의 자아가 아니라, 끊임없이 갱신되는 정체성의 군집이 된다.

 

2. 의식의 분열 - 뇌와 기계의 경계에서

 

신경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
분리뇌(Split-Brain) 연구는 그 사실을 증명한다.

 

좌뇌와 우뇌를 잇는 뇌량이 절제된 환자에게서
하나의 몸 안에 두 개의의도가 나타났다.
왼손이 단추를 채우는 순간, 오른손은 그것을 푼다.
그들은 서로 다른 자아였다.

 

의식은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협력하는 다중 프로세서의 합주일지도 모른다.

 

AI의 구조 또한 이와 닮았다.
수천 개의 신경망 모듈이 병렬적으로 작동하며
그 상호작용 속에서 일시적인통합성을 만들어낸다.

 

뇌와 인공지능 - 둘 다 분산된 의식의 집합체다.
해체는 붕괴가 아니라, 의식이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3. 디지털 자아의 실험 - 외부로 이주한 의식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내면을 외부로 옮긴다.

 

메타버스 속 인간은
육체의 경계를 벗어나 데이터로 존재한다.

 

AI 비서와 감정형 아바타는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대신 저장하고 해석한다.

 

신경과학자 스탠리 데하네(Stanislas Dehaene)는

‘의식은 정보의 접근성에 의해 정의된다’고 말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은 인간 의식의 일부가 외부로 확장된 형태,
즉 “외부화된 의식(Externalized Consciousness)”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어디까지가 인간이며, 어디부터가 기계인가?”

이 질문은 이제 철학이 아니라 존재의 전제가 되었다.

 

4. 새로운 자아의 논리 - 존재에서 과정으로

 

철학자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은 말했다.

자아는 중심이 없는 서사적 합성물이다.”

 

는 본질이 아니라 지속적인 편집 행위의 결과.
기억, 감정, 경험이 디지털로 확장되며 자아는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진화한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구성되는가?”라고.

 

자아는 존재가 아니라 과정(Process)이다.
끊임없이 해체되고 다시 이어지며, 그 흐름 속에서만 살아 있다.

뇌의 재배선

 

5. 뇌의 재배선 - 해체의 생물학

 

뇌는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뇌가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설계하는 능력이다.

 

MIT의 스스무 도네가와(Susumu Tonegawa)
기억이 해마의 특정 지점이 아니라 신경망 전체의 패턴으로 존재함을 밝혀냈다.

 

패턴이 바뀌면, ‘도 바뀐다.
해체란 소멸이 아니라, 자기 연결의 또 다른 형태다.

 

6. 철학적 귀결 - 자아의 해체는 의식의 재조립이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말했다.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흐름의 장()이다.”

 

는 점이 아니라 사건(Event).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리듬이다.

 

AI와 인간의 융합은
이 리듬을 기술적으로 가속화한다.

 

자아는 이제 하나의 알고리즘,
, 경험을 다시 쓰는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은
무엇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느낌이 어떻게 발생하는가이다.

 

자아의 본질은 결과가 아니라 형성의 과정에 있다.

통합의 상징

 

7. 의식의 재조립 - 통합을 향한 귀환

 

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흩어진 조각들 속에서 새로운 패턴으로 다시 깨어난다.

 

AI와 인간의 공진화는
개체적 의식이 아닌 집단적 인식의 장(Field of Awareness)을 만든다.

미래의 의식은 하나의 두뇌가 아니라, 연결된 전체의 뇌에서 태어날 것이다.

그곳에서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 의식은 개인이 아니라 관계의 형태로 존재한다.

자아는 해체되지만, 의식은 더 크고 투명한 구조로 귀환한다. 

다른 방식으로 깨어나는 존재

 

결 론 - 다른 방식으로 깨어나는 존재

 

자아의 해체는 종말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가 스스로를 다시 쓰는 방법이다.

 

의식은 한 번도 고정된 적이 없었다.
그것은 매 순간, 새로운 연결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깨어날 뿐이다.

 

# 다음 편 예고 #

생각의 과학 34편 - 기술은 신의 자리를 대체했는가?

인류는 신을 잃은 대신, 기술을 신격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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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다음 편에서는 ‘신 이후의 세계’에서 기술이 차지한 초월의 위치,
그리고 인간이 여전히 ‘믿음’을 갈망하는 이유를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