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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과학/D. 인간과 기술(human-technology)

생각의 과학 46편 - 도덕의 분기점: AI는 윤리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by assetupproject 2025. 11. 19.

 

인공지능의 사고 구조

 

기계는 윤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AI가 더 많은 결정을 내리는 시대다.
추천 알고리즘, 의료 진단, 차량 제어, 고객 상담, 법률 판단 보조…
기술은 인간이 해오던 판단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있다.

 

“기계는 윤리를 이해하는가?
아니면 단지 윤리처럼 보이는 선택을 계산하는가?”

 

이 글은 AI의 윤리 모델이
인간의 도덕과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지 분석한다.

 

1. AI 윤리 모델은 ‘이해’가 아니라 ‘계산’이다.

 

AI가 윤리적 판단을 한다고 말할 때
그 판단은 인간처럼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AI는 다음을 기반으로 결정한다:

 

• 데이터 패턴
• 통계적 확률
• 정해진 규칙 기반 시스템
• 외부에서 부여한 가치 함수(Value Function)
• 보상 최적화

 

즉, “왜 옳은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AI에게 윤리는 내재적 가치가 아니라 외부 파라미터일 뿐이다.

 

2. 인간 도덕성과 AI 윤리의 근본적 차이

 

1) 인간은 감정 기반 도덕성

 

타인의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돕는다.

 

2) AI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고통의 경험 없이 “고통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할 뿐이다.

 

3) 인간은 공동체적 책임 의식이 있다.

 

사회적 신뢰를 위해 스스로 규범을 지킨다.

 

4) AI는 책임을 느낄 수 없다.

 

그것은 주체가 아니라 도구이기 때문이다.

 

즉,
AI와 인간의 윤리는 기능적으로 유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철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구조
다.

 

3. ‘도덕 알고리즘’의 위험 - 값 하나가 틀리면 전체 윤리가 무너진다.

 

AI의 윤리 판단은 인간처럼 성찰이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도덕성’은 인간이 입력한 규칙과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
즉, AI의 도덕 알고리즘은 계산된 윤리이며,
입력값이 조금만 틀어져도 전체 판단 체계가 왜곡될 수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다음과 같다.

 

1) 편향된 데이터 -> 편향된 윤리

 

AI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한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에는 이미 사회적 편견, 차별, 왜곡이 포함되어 있다.
잘못된 데이터는 잘못된 윤리 모델을 만든다.

 

2) 권력에 의해 ‘윤리 기준’이 바뀔 수 있다.

 

AI의 윤리 알고리즘은
개인, 기업, 국가가 설정하는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윤리는 보편적이어야 하지만,
AI 윤리는 설계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위험이 크다.

 

3) 기업 최적화된 윤리의 문제

 

기업은 안전보다 효율, 이윤을 우선할 수 있다.
이때 AI는 ‘윤리’가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최적값에 맞춘 판단을 하게 된다.

 

4) 문화, 국가별 윤리 차이의 문제

 

어떤 국가는 통제 중심, 어떤 국가는 자유 중심이다.
AI 윤리는 각 국가의 규범을 그대로 반영하며,
이로 인해 윤리 기준이 세계적으로 일관되지 못할 수 있다.

 

5) 인간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AI는 평균값, 다수 패턴을 선호한다.
그러나 윤리는 다수결이 아니라
개별 상황에 대한 이해와 맥락 해석에서 나온다.
AI는 이러한 미세한 감정적, 문화적 차이를 포착하기 어렵다.

 

AI 윤리는 계산된 구조이며,
입력값 하나가 틀리면 전체 윤리가 비뚤어진다.
따라서 AI 윤리는 만드는 사람·조직·국가의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하며,
이는 인간 사회 전체에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4. 그럼에도 우리는 AI 윤리가 필요하다.

 

AI가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해서
윤리 기준을 생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순간,
윤리는 필수가 된다.

 

AI는 감정이 없고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도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AI가 개입하는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윤리 질문을 마주한다.

  • 자율주행차는 충돌 순간 누구를 우선 보호해야 하는가?
  • 의료 AI가 오진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감정 AI가 인간의 감정을 조작할 가능성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 로봇이 인간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가?
  • 데이터와 개인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보호해야 하는가?

우리가 AI에게 요구하는 것은
도덕성 그 자체가 아니라, 도덕적 제한 안에서의 움직임이다.

 

즉, AI는 윤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우리가 설계한 윤리적 프레임 속에서
안전하게 작동해야 한다.

윤리의 재설계·새로운 문턱

 

결 론 - 윤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와의 공존

 

AI는 윤리를 ‘이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윤리를 흉내 낼 수는 있다.
그리고 그 흉내는 때로는 실제보다 더 일관적이고 더 안전해야 한다.

 

AI는 도덕적 주체가 아니라
도덕적 조건 속에서 움직이는 기술적 존재다.

 

따라서 미래의 윤리 문제는
“AI가 얼마나 똑똑해질까?”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어떤 윤리 기준을 AI에게 심을 것인가?”
“그 기준은 누구의 가치와 관점을 반영하는가?”

 

AI는 이해하지 못하는 윤리 속에서 살고,
우리는 그 윤리를 설계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이것이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시대의 핵심 과제다.

 

# 다음 편 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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